top of page
Writer's pictureSangHwa Song

4차 산업혁명과 물류 산업 혁신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WEF; World Economic Forum)의 핵심 주제는 “4차 산업혁명 마스터하기 Master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였습니다. 구글이 인수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DeepMind의 AlphaGo에 의해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고, 인공지능에 기반한 테슬라의 전기자동차가 자율주행기능을 활용해 자동으로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으며, 아마존이 드론으로 택배를 배달하고, 구글 및 아마존 등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를 내놓는 등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모델, 그리고, 스타트업들의 대약진은 기존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한 기업들을 거대한 위협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토의로 뜨겁게 달구어졌고, 가는 곳마다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널리 회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어 자체의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업혁명은 어느 정도 산업의 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난 이후 과거를 돌아보며 그것이 혁명이었다고 정의되는 특성이 있기에 현재까지의 변화만으로 4차 산업혁명을 정확히 어떤 것이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고, 사람에 따라 과거의 산업혁명 발전단계를 다르게 정의할 수 있으므로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현상을 “4차”라고 단순화하는 것 역시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타나는 새로운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 폭과 속도가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기에 우리를 둘러싼 변화가 정확히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차 산업혁명은 영국의 증기기관 발명에서 시작되었다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증기기관의 발전으로 동물이나 수작업에 의존했던 과거의 소규모 기업들이 기계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고, 증기기관에 의해 만들어진 철도가 지역과 지역을 육상으로 연결하며 상품의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기에 18세기에서 19세기에 걸쳐 본격적인 “산업”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벨트 등 생산 공정에서의 기계화가 진행되며 대량생산체제가 완성되었고 해상 운송 컨테이너의 등장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더 저렴하게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2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1900년대 초반의 산업 성장 시기를 이끌었습니다. 이후 1980년대를 넘어서며 컴퓨터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으로 복잡한 생산 공정과 물류 네트워크, 기업간 거래가 효율화되었고 디지털 혁신에 기반한 3차 산업혁명으로 국경을 넘어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화를 이끌며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즉, 1차 산업혁명은 동물과 인간을 대신하여 기계가 작업을 진행하는 기계화의 시대, 2차 산업혁명은 기계들로 구성된 대량 생산의 시대, 3차 산업혁명은 복잡한 생산 및 물류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디지털 혁신의 시대였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물류 역시 1차 산업혁명에서는 철도 네트워크, 2차 산업혁명에서는 컨테이너에 기반한 국제 물류, 3차 산업혁명에서는 정보시스템에 의한 글로벌 SCM (Supply Chain Management)으로 변화에 대응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여러 가지 얼굴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용어로 CPS (Cyber-Physical System), 즉, 사이버 세상과 물리적 세상이 연결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인공지능으로 모든 것이 지능화된다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로봇으로 공장이 완전히 무인화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자동차와 드론 등 수송수단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의 시대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되는 아디다스의 “Speed Factory”의 경우 소비자가 운동화의 주요 재료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이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이 로봇으로 구성된 스마트 공장에서 즉시 생산되어 고객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고, 이를 통해 중국 등 저비용 생산국가로 이전했던 공장을 수요지인 유럽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제조2025” 정책을 통해 기존 제조산업을 첨단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고, 기술 수준을 독일 및 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일본의 경우 로봇신전략 (Robot Strategy)을 통해 로봇 중심의 생산 혁신 플랫폼 전략을 발표하였고,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프로세스가 자동화되는 세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으로 혁신에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달려가는 국가별 기업별 전략을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원가 경쟁력 중심의 대량 생산 체제에서 고객만족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로 변화하려는 전략적 변화가 부각됩니다. 3차 산업혁명으로 기계화와 자동화, 지능화가 안정화되었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가 효율적으로 국가간 거래를 연결함에 따라 전세계가 하나의 단일 네트워크로 묶였습니다.


이는 곧 선진국의 공장들을 저비용 국가로 이전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더 이상 원가 경쟁력으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의 도전에 맞서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서비스와 품질에서 차별화를 이루어내야 하지만, 제품 설계 및 생산 기술 자체는 점점 보편화되며 제품 자체에서 차별화를 달성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방식에 공급하면서도 비용을 최소화하는 “고객맞춤형” 산업으로의 변화는 더 이상의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상황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저비용국가들의 대량 생산체계 및 원가 경쟁력에 대응하고 고객별 수요에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이 태동하게 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추진 방향 및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속에서 하나의 공통된 키워드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연결”이라는 단어입니다. 아디다스 Speed Factory의 경우 고객이 웹 및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설계할 수 있고, 이것이 바로 공장으로 전송될 수 있으며, 공장 내 설비들은 서로 연결되어 원하는 제품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도 음성인식 서비스가 있었습니다만, 최근의 음성인식 서비스들은 과거와 달리 개별 기계에서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음성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요청을 서버에 저장하고, 저장된 “빅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고객들이 음성에 기반한 서비스를 할 때마다 품질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즉, 고객들이 개별적으로 독립적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을 연결하여 전체의 데이터가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데이터가 연결되고, 물류 서비스가 연결되면서 공장, 유통 매장 등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기능들이 물흐르듯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초연결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4차 산업혁명의 기본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의 Industry 4.0 보고서를 살펴보면 로봇이나 자동화설비, 인공지능에 대한 내용과 함께 연결에 대한 강력한 혁신 의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해당 보고서에서 미래 혁신의 중요한 방향으로 제시된 것은 “가치 사슬을 통한 수평적 통합 Vertical Integration through Value Networks”, “수직적 통합과 네트워크 생산 체계 Horizontal Integration and Networked Manufacturing Systems”입니다.


수평적 통합이란 기업과 기업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가 공유되고, 이를 통해 가치 사슬에 참여하는 기업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즉시 실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한다는 의미입니다. 수직적 통합이란 기업 내 구매에서 생산, 물류에 이르는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정보가 물 흐르듯 연결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즉, 로봇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고 공유되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로봇이 하나의 장소에서 단절되어 가동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진 동일한 로봇이 서로 연결되어 문제점이 공유되고 즉시 이것을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경우 하나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해결한 후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자동차들에 관련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방식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차량을 물리적으로 리콜해야 했지만, 이제 온라인으로 모든 문제가 수집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초연결의 시대”에 물류산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제조와 유통, IT 등 물류와 관련된 인접 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초연결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물류 산업 역시 연결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움직이는 핵심 원동력이 고객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에 집중해야 됩니다. 대량 운송, 대규모 물류센터, 대규모 설비 투자에 의해 움직이던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벗어나 다양한 제품을 소규모로 필요할 때마다 공급하는 맞춤형 물류 서비스로의 변화가 더욱 절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물류산업은 “담대한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온라인 연결과 달리 오프라인의 연결은 하나의 단일 기업이 전체 물류 네트워크를 통합하여 처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세계 최대의 물류기업 DHL이나 Fedex, UPS, 머스크 등을 보더라도 하나의 기업이 모든 것을 다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결국 기업과 기업이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하는 “담대한 협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기업간 연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물리적인 물류 현장에서 기업간 경계를 넘어설 때 끊김없는 프로세스 관리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소규모 기업에서 대규모 기업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를 손쉽게 공유하고 함께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들이 서로 연결되는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Physical Internet”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마치 인터넷처럼 물류 네트워크에 하나의 화물을 올리면 누군가가 중앙에서 통제하지 않더라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분산된 의사결정을 거쳐 목적지까지 운송되는 새로운 시스템입니다. 이를 위해 화물 정보의 표준화, 화물 포장의 표준화, 의사결정 과정의 표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산업간 경계에 집착하지 않고 경계를 넘어 융합과 파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초연결의 시대, 4차 산업혁명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제조업과 유통업은 업종을 넘어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물류산업에 뛰어들고, P&G가 개별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구독형 유통 서비스에 뛰어들며, 중국의 미디어 기업 러에코는 TV를 생산하는 시대입니다. 수요와 공급이 동기화되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시대,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에는 산업간 경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산업들과의 협력, 때에 따라서는 다른 업종으로의 진출이 일상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제조와 유통 기업이 물류산업으로 직접 진출하는 상황에서 물류산업 역시 필요에 따라 다양한 분야로의 업종 확대가 불가피합니다. 산업을 업종에 따라 분리하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객맞춤형 서비스로의 전환에 따라 발생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이를 위한 전문 인력 확보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고객맞춤형 서비스라는 것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시간에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원가경쟁력에 기반한 시스템에서는 비용 최소화를 위해 공급자가 모든 것을 정했습니다. 대규모 운송을 위해 고객이 대기해야 했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모든 것을 정하는 시대로 전환되면 고객 주문에 대한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미리 정해놓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전환되면 결국 고객에 대한 분석, 제조-물류-유통 등 공급 측면에서의 변동과 같은 불확실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더욱이 인공지능이 사람의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도화된 분석 역량과 의사결정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 확보가 기업 생존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경영관리 중심의 관리 인력 확보가 중요했었지만, 이제 물류산업의 핵심 인재는 초연결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분석하고, 프로세스들을 연결하며, 불확실성을 미리 인지하고, 사전예방 및 즉각적인 대응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재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다양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찾아오고 있습니다. 비물류기업들이 물류산업에 뛰어들며 물류 산업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동시에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며 전세계 물류 네트워크를 선점한 선진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기술 역량, 뛰어난 인재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중국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의 말처럼 거대한 변화의 길목에 미리 자리잡고 그 변화를 활용하여 더욱 성장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18 views0 comments

Комментарии


bottom of page